1. 개념
공법상 계약이란 사법상 계약과 마찬가지로 두 당사자의 의사가 서로 일치하여 성립되는 행정작용이다. 사법상 계약과 공법상 계약은 차이가 있다. 사법상 계약은 사법적 효과가 발생하지만, 공법상 계약은 공법적 효과가 발생한다. 영미법계에서는 공법과 사법의 구별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공법상 계약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대신 정부가 주체가 되어 체결되는 계약이라는 의미에서 "정부 계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영미권에서도 정부 계약의 경우 순수한 민간주체 간의 사법상 계약과 다르게 정부의 감독권이나 계약 내용의 변경권, 해지권과 해제권 등을 인정하는 소위 표준조항들을 두고 있다.
2. 공법상 계약의 인정 범위
공법상 계약은 양쪽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여 성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행정의 모든 분야에서 성립할 수 있다. 그래서 공법상 계약을 인정하는 범위는 당사자의 자유의사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비권력적 행정작용과 권력적 행정작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비권력적 행정작용은 일반적으로 법률에 근거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기초하여 공법상 계약의 형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법률에 다른 행위형식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공법상 계약이 인정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행위형식은 행정처분 형식을 말한다. 두 번째로 권력적 행정작용이 있다. 권력적 행정작용이 공법상 계약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대부분 긍정하는 입장이 많다. 다만 협의에 따른 행정은 타당하지 않으며 공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규율되어야 하는 분야에서는 법률의 근거가 없는 한 공법상 계약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한다. 경찰행정 분야와 조세 행정 분야의 경우 공법상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이러한 영역의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은 공법상 계약 형태에 의한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해 행정처분을 대체할 수 있는지다.
3. 법치행정 원리와 공법상 계약
법률유보원칙이 공법상 계약에 적용된다는 것은 법에 근거해서 계약하는지의 여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법률유보원칙이 공법상 계약에 적용될지 여부에 대해 긍정설과 부정설로 나누어 알아보고자 한다. 긍정설은 전부유보설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공법상 계약은 사법상 계약과 달리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므로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고 본다. 반대로 부정설은 공법상 계약이 비권력적 관계를 형성하며 합의에 의한 행정 목적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므로 행정처분과는 달리 법률유보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법상 계약에서도 법률관계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 보장을 위하여 가능한 법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실 공법상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사자가 주의하여야 할 점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일반법은 없다. 그러나 법률 우위 원칙은 공법상 계약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어떠한 행정작용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작용이 법률에 위반되는 것을 용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공법상 계약의 적법 요건
공법상 계약의 주체는 법인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법상 계약의 주체가 되려면 반드시 규율 대상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법상 계약의 형식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고 특정 형식에 구속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합의 내용을 명백히 밝히어야 하고 특별히 문서상의 요건을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문서로서 하여야 할 것이다. 공법상 계약의 절차는 따로 일반적인 절차요건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계약에 관한 의사표시의 일반원칙이 적용된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감독청의 승인이나 인가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물론 행정절차법이 직접적으로는 공법상 계약에 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행정절차법상 처분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공법상 계약에도 유추 적용될 수 있는지에 따라 행정절차법이 공법상 계약에 적용될지를 본다.
5. 하자 있는 공법상 계약의 법적 취급
공법상 계약이 그 적법 요건이 없는 경우에는 하자 있는 공법상 계약이 된다. 공법상 계약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일부 견해로는 행정처분의 경우와 달리 모두 무효가 된다고 본다. 반면, 다른 의견으로는 공법상 계약의 하자를 의사표시의 하자와 내용의 하자로 나누어 설명한다. 먼저 의사표시의 하자의 경우에는 의사표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에는 사법상 계약과 마찬가지로 민법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의사표시를 취소 또는 무효로 된다고 본다. 내용상 하자의 경우에는 의사표시에 의해 달성하고자 하는 계약의 내용이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에는 취소는 불가능하고 무효만 주장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문제의 행정작용인 공법상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6. 하자 있는 공법상 계약의 효과
무효인 공법상 계약은 어떠한 법적 효과도 발생하지 않으므로 계약의 이행을 주장할 수 없고, 무효인 공법상 계약을 원인으로 한 급부가 있다면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
7. 공법상 계약의 변경 및 해제
공법상 계약이 복수 당사자 사이의 의사 합치로 일정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점은 사법상 계약과 동일하다. 그러나 양쪽 당사자의 의사가 대등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일정한 경우에 행정주체인 일반당사자에 의하여 계약이 일방적으로 변경되거나 해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계약의 일방적인 변경이나 해제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권이 성립한다. 예를 들어 기존 계약이 지속되면 공익에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하거나 이러한 불이익을 제거하여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경우나 계약체결 당시와 상황이 본질적으로 달라진 경우에는 일방적인 계약의 수정권과 해제권이 행정주체에 부여될 수 있다.
8. 공법상 계약에 대한 강제집행
계약당사자가 계약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행정청은 법원의 판결 없이 강제집행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사법상 계약의 경우 이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도 이러한 논의가 발생하는 이유는 특히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자력집행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일하게 공익 추구를 위해 행정청이 행위를 하는 경우이므로 행정처분에 인정되는 자력집행력을 공법상 계약에도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해 현재 유력설은 자력집행력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있다면 행정청이 법원의 결정 없이 직접 강제집행이 가능하지만,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처분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강제집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9. 권리구제
공법상 계약은 사법상 계약과의 구별이 분명치 않은 점이 있으므로 실제의 사례들에서는 공법상 계약에서의 권리침해에 대해 국민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법상 계약에 의한 권리침해는 민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소송을 통하여 다루어야 한다. 행정소송 가운데서도 원칙적으로 취소소송과 같은 항고소송이 아니라 당사자소송의 방법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예외적으로 법률이 규정한 공법상 계약에 의한 권리침해를 당사자소송이 아니라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규정한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당연히 취소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아야 한다. 그 외에 공법상 계약에서의 권리침해를 받은 국민은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손해를 국가배상소송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근거 법규가 민법이 아니라 국가배상법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법상 계약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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