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치행정의 의의
법치행정은 법률에 의한 행정을 말한다. 행정은 법에 근거하여야 하며 행정권의 행사도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리이다. 이러한 법치행정은 권력자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배제하기 위한 법원리이며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를 행정 영역에서 적용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법률에 의한 행정은 행정이 법을 위반하여 국민의 권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국민에게 침해된 권익을 구제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실체적 측면에서의 법치행정 원리와 절차적 측면에서의 법치행정 원리는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법치행정 원리가 행정의 법률 적합성만을 의미했다면 최근에는 행정구제 측면도 강조되고 있다.
2. 형식적 법치주의에서 실질적 법치주의로
법치주의의 개념과 관련하여 모든 법률이 그 내용과 상관없이 정당한 법률로써 국민을 구속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준수해서 만들기만 하면 그 내용의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을 구속할 수 있는지, 내용상으로 정당한 법만이 국민을 구속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하여 형식적 법치주의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은 법치주의 원칙을 충족한 것으로 보는데, 실질적 법치주의는 형식적 측면과 함께 법률의 내용까지도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실질적 법치주의에서는 형식적인 행정 법규의 정당성을 판단해주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한데 그러한 기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행복, 자유, 평등, 기본권보장 등의 헌법정신이다. 이러한 실질적 법치주의에서는 형식적 정당성을 지닌 법률이 헌법정신에 위배되는지를 심사하는 위헌법률심사제도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재판소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 법치행정의 내용
법치행정의 내용을 통상적으로 법률의 법규창조력, 법률우위의원칙, 법률유보의 원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법률유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법률유보란 행정작용이 법률이나 법률의 위임에 의한 법규명령 등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은 법의 수권에 의해서만 일정한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법치행정 원칙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법률유보라고 해서 모든 행정을 형식적 법률에 기초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를 작용 법적 수권이라고 표현하는데, 행정이 법의 수권에 의한다는 것은 주로 작용 법적 수권을 의미한다. 물론 행정청이 적법한 행정작용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조직법적 수권도 필요하다. 조직법적 수권은 쉽게 말해 행정조직 내에 특정한 사람에게 수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조직법적 수권은 정부조직법 등 행정조직법규에 의하여 작용 법적 수권과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경우에 따라 작용 법적 수권 규정에 조직법적 수권도 함께 충족하는 경우도 있다. 법률유보의 적용 범위와 적용 정도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교정해둔 헌법 조문이나 법률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적용 범위를 확정하는 것은 학설의 몫이다. 이와 관련된 학설로는 침해유보설, 전부유보설, 급부 유보설 등과 같은 학설이 있었는데 현재는 대부분 학자가 중요사항유보설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학설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침해유보설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 또는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침해적 행정작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국가의 기능이 확대된 상황에서 침해적 행정작용만이 법률유보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현실 행정에 있어서 상당 부분이 법률적 근거 없이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더 이상 설득력 없는 학설로 본다. 둘째, 전부유보설은 국가 등 행정주체의 모든 작용에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국민 주권적 민주국가에서는 그 근거를 국민대표기관으로써 의회가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행정권은 헌법에 의하여 직접 부여된 것을 제외하고는 의회의 법률에 의한 수권이 있을 때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급부 유보설은 침해적 행정작용과 급부 행정작용에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급부 행정작용은 국민에게 어떤 것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근거는 현대 행정이 적극적으로 사회 형성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자유로운 영역이 인정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와 현대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급부 행정영역에서는 적어도 행정이 의회의 사전 수권을 받아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사항유보설은 현재의 가장 지배적인 견해이다. 중요사항유보설은 작용의 내용이 공익의 실현이나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관련하여 중요하고도 본질적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때는 본질적인 내용까지 침해할 수 없고 이러한 본질적인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법에 근거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법률의 우위 원칙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법률의 우위란 행정은 법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행정은 법에 반하는 작용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법률유보와 달리 모든 행정영역에서 타당한 원칙이다. 왜냐하면 행정은 법을 집행하는 작용이기 때문에 법률보다 하위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므로 행정의 영역과 무관하게 모든 행정영역에서 타당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률의 법규창조력이란 국회가 만드는 법률만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법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 입법 원칙의 당연한 내용이어서 별도로 법치행정 원리의 내용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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