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법과 사법의 구별
영미법계 국가와 달리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전통적으로 공법과 사법을 비교적 엄격하게 구별한다. 그런데 이 구별은 사실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필요한가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있다. 그래서 공법과 사법의 구별에 대해서 구별을 부인하는 학설과 구별을 긍정하는 학설이 존재해 왔다. 그러나 소송유형 선택과 절차적 특수성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법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법과 사법의 구별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법과 사법의 구별에 관한 과거의 다양한 학설들이 있는데 주체설, 성질설, 이익설이 이에 해당한다.
먼저, 주체설은 법률관계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기초하여 공법과 사법을 구별한다. 이러한 주체설은 다시 구(舊)주체설과 신(新)주체설로 나누어진다. 구주체설은 법률관계에서 적어도 한쪽 당사자가 국가 또는 공공단체와 같은 행정주체인 경우에는 공법관계로 보고, 법률관계의 주체가 일반 사인인 경우 사법관계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지나치게 형식적이어서 행정주체가 당사자이지만 사법관계인 경우나 사인과 사인 간의 관계이지만 공법관계인 경우를 설명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행정주체에 의한 일반재산매매나 공무수탁사인 같은 경우가 있다. 신주체설은 구주체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독일 공법학자 볼프(Wolff)에 의해 제기된 학설이다. 이 학설은 공권력의 담당자인 국가 등의 행정 주체에 대해서만 권리를 부여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법은 공법관계이고, 모든 권리주체에 권리를 부여하고 의미를 부과하는 법은 사법관계라고 보았다. 그러나 신주체설 역시 지나치게 형식 논리적이며, 공사법의 구별에 있어서 실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둘째, 성질 설은 법률관계의 성질이 상하 복종 관계를 나타낼 때는 공법관계로 보고, 대등한 관계를 나타낼 때는 사법관계라고 규정한다. 이 학설은 행정법이 권력관계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대에는 맞지만, 유도행정이나 급부행정 등이 중심을 이루는 현대행정에서는 타당하지 않고, 사법관계에서도 복종 관계가 있고 공법에서도 평등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셋째, 이익설은 법이 규율하는 목적을 기준으로 공법과 사법을 구분한다. 공익실현을 위한 법질서와 법 관계는 공법관계이고, 사익 실현을 위한 법질서와 법 관계는 사법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익의 개념이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는 데 문제가 있다. 사법관계인데도 공익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사인에 의해 운영되는 사립학교 법인은 공익법인이 되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개인의 이익을 실현하는 문제도 경우에 따라서는 공익문제가 될 수 있다. 환경문제나 소비자 분쟁 문제가 그 예이다. 이는 국가만이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 단체 중에서도 공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종합설이라는 것도 있다. 종합설은 앞에서 제시된 여러 학설을 종합하여 공법과 사법을 상대적이고 제도적으로 구별하는 학설로 현재의 다수설이다. 법규에 의해 형성되는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로서의 행정기관이 그 상대방인 국민과 순수한 의미의 대등 관계가 아니라 조금 더 특별한 지위에서 행위를 하고, 그 행위가 지향하는 목표가 공익실현에 있는 경우 공법관계로 보는 것이다.
2. 기본기능의 상이성
공법관계와 사법관계는 기본적으로 기능이 다르다. 사법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개인의 합의로 법률관계를 형성하고 분쟁을 해결이 원칙이다. 만일 이것이 불가능하거나 불합리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법률에 근거하여 분쟁을 처리하게 된다. 하지만 공법관계는 법치행정 원리에 따라 원칙적으로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만 행정이 가능하고, 분쟁의 해결도 법률에 근거한 해결이 원칙이다.
3. 적용법규와 법 원칙의 상이성
공법관계와 사법관계에 적용되는 법규와 법 원칙이 다르다. 민법의 법조문들이 행정처분에 적용될 수 없는 것처럼 행정법의 법조문들은 순수한 개인 간의 법률관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여 입법되었다. 예를 들면, 타인의 토지에 주택을 건축하려고 하는 경우 개인은 그 토지를 토지 소유자와 협의를 통해 매수하지만, 공공기관 등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주택건축을 하는 경우 토지소유자가 매도를 거부하더라도 사업시행자는 강제적인 수용권 행사를 통해 토지 소유권 확보가 가능하다. 공법관계와 사법관계에 적용되는 상의한 법 원칙과 법원리를 살펴보면 사법관계는 사적자치 원칙이 가장 중요한 법 원칙이지만 공법관계는 법치행정 원칙이 가장 중요한 법 원칙이다. 사적자치 원칙은 개인의 합의를 통해 대등한 관계로 보는 계약이 있고, 법치행정 원칙은 합의가 아닌 법률에 근거해서만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사법에서는 계약이 가장 전형적인 행위형식이라고 한다면 공법인 행정법에서는 단독 행위인 행정처분이 가장 전형적인 행위형식이다. 행정처분은 이렇게 일방적이기 때문에 절차적이고 정당성 있고 법에 적합한 방식으로 행해져야 한다. 행정처분을 어떻게 내릴지는 행정절차법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법에서는 자력 집행이 인정되지 않지만, 행정법 영역에서는 행정주체에 자력집행권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5억인 집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2억을 지불하고 3억이 남았다. 그래서 매도인이 이자를 받았는데 매수인에게는 이를 갚을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강제집행 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사법의 경우에는 개인 간에 자력 집행을 할 수 없고 사법부의 힘을 빌려야 한다. 사법부에서 압류한 후 기간을 주는데 이 기간 안에 또 못 갚을 경우 매각하게 된다. 매각하면 경매에 올려지게 되는데 부동산 소유권을 경매에 올려 제삼자에게 5억에 팔리면 3억을 매수인에게 주고 2억을 매도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행정법의 경우였다면 국가와 국민 간의 관계였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행정청이 자력집행력을 가진다. 이때는 사법부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사법 영역은 대등한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라서 절차적 통계를 강조하지 않지만, 행정법 영역은 일방적 행위가 대부분이라 절차적 통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한편, 이러한 상이한 법 원리 때문에 구체적 사례에 적용할 공법 규정이 없는 경우에 유사한 사법 규정을 유추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고 일정한 사법 규정은 공법관계에 적용될 수 없다.
4. 쟁송절차의 상이성
사법관계는 민사소송을 통해 분쟁 해결해야 하지만, 공법관계는 행정쟁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행정쟁송은 사법상 분쟁 해결 방법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사법상 손해배상은 민법 제750조 이하에 따라 배상 청구를 해야 하지만, 공법상 손해배상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배상 청구를 하여야 한다. 민법상 손해배상청구와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청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내용상으로 다르다. 그런데 현재 법원은 공법상 손해배상소송인 국가배상소송을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소송도 많은 경우 민사소송으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 실수로 어떤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고 할 때 고의나 중과실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행정소송법을 사용하지 않고 민사소송으로 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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