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념
신뢰 보호 원칙은 행정기관이 일정한 선행행위를 하였고, 그에 기초하여 국민들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를 형성하고 있다면 그 신뢰는 원칙적으로 행정기관의 다른 사후행위로 인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국민은 행정기관과의 관계에서 약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행정청의 의사에 종속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행정청의 말과 행동은 국민에게 상당한 신뢰를 제공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데 이를 법적으로 표현한 것이 신뢰 보호 원칙이다. 이러한 국민의 신뢰는 행정기관의 적법한 행위를 통해 형성될 수도 있고, 위법한 행위를 통해 형성될 수도 있다.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행정청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일반 국민이 신뢰한 경우인데, 이러한 행정청의 위법한 행위는 취소나 무료 처리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신뢰 보호 원칙은 이러한 위법한 처분을 취소나 무효로 하지 않고 국민의 신뢰 보호를 위해 적법한 처분처럼 유지할 것을 명령하게 된다.
2. 신뢰 보호 원칙의 이론적 근거
신뢰 보호 원칙의 이론적 근거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헌법에서 도출되는 법의 일반원칙으로 이해하고 있다. 신뢰 보호 원칙의 구체적인 이론적 근거에 대해서는 신의칙 설, 법적 안정성 설, 사회국가 원리 설, 기본권 설, 독자성 설 등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신의칙 설과 법적 안정성 설이 주된 입장을 차지한다. 신의칙 설은 민법상 신의성실원칙에 근거하여 국민에게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가 형성되는 경우, 후속적 행정작용이 비록 적법하더라도 그 행정작용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민법상 신의칙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의 계약 등 구체적 거래관계가 전제되는 경우 적용되는 것이라서 그렇지 않은 행정작용의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법적 안정성 설은 행정법 영역에서 신뢰 보호 원칙의 근거로 법치행정 원리의 한 내용으로서의 법적 안정성 추구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행정작용에 의하여 형성된 법적 관계의 존속이 형식적 법률 적합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경우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은 실질적 법치주의에 합치된다고 본다.
3. 신뢰 보호 원칙의 실정법적 근거
신뢰 보호 원칙이 실정법에서 규정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행정절차법 제4조 제2항에 "행정청은 법령 등의 해석 또는 행정청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진 때에는 공익 또는 제삼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해석 또는 관행에 의하여 소급하여 불리하게 처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4. 신뢰 보호 원칙의 요건
신뢰 보호 원칙의 요건에 대한 판례와 학설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요건이 갖추어지면 신뢰 보호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행정기관의 구체적 사실에 관한 공적 견해 표명(선행 조치), 둘째,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의 형성, 셋째, 신뢰에 기초한 상대방의 후속 조치, 넷째, 선행 조치에 반하는 행정기관의 다른 조치 이렇게 네 가지이다. 이 중 첫 번째 요건과 네 번째 요건은 행정청과 관련된 요건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요건은 행정의 상대방인 국민과 관련된 요건이다.
첫 번째 요건에 관한 설명은 신뢰 보호의 원칙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구체적 사실에 대한 공적 견해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정기관이 견해 표명을 하였더라도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견해 표명이 아니면 신뢰 보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구체적인 행정권 행사와는 무관하게 법령의 해석에 대한 질의에 단지 원론적인 차원에서 회신을 해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행정기관의 선행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행정기관의 견해 표명은 공적인 견해 표명이어야 하므로 사적인 견해 표명에 대해서는 신뢰 보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첫째 요건이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신뢰 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선행행위가 원인이 되어 국민에게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행정기관의 선행행위에 기초하여 형성된 국민의 신뢰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행정청의 견해 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것에 대해 개인에게 귀책 사유가 없어야 하고 행정기관의 선행 조치가 관계자의 부정행위에 기인한 경우에는 보호할 가치가 없는 신뢰가 된다. 예를 들어 건축허가를 내준 공무원에게 감사가 들어와서 보니 뇌물 혐의가 있는 공무원이었다면 이 공무원이 내준 건축허가에 대한 신뢰는 보호 가치가 없는 것이다.
셋째, 신뢰에 기초하여 상대방이 후속으로 행한 것이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단순히 신뢰가 형성되었다는 것만으로 신뢰 보호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뢰 보호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행정청으로부터 형성된 신뢰에 기초하여 외부적으로 일정한 행위를 해야 했다. 그리고 행정기관의 선행 조치와 국민의 후속 조치 간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넷째, 선행 조치에 반하는 행정기관의 다른 처리를 해야 한다. 신뢰 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이 선행 조치에 반하는 다른 조치를 사후적으로 하였고 이는 보호 가치 있는 신뢰를 기초로 하여 후속 조치를 행한 국민의 권익침해로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행정청이 선행 조치를 통해 영업허가를 해주었기 때문에 영업을 시행하기 위한 물건을 구입하고 직원을 채용했는데 사후적으로 행정청이 선행 조치인 영업허가를 취소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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